최근에 해외의 한 지인으로부터 한인회 앞에 재(在) 자를 꼭 붙여야 하는지 하는 질의를 받았다. 가령 홍콩 같으면 홍콩한인회, 니카라과 같으면 니카라과한인회로 쓰면 되지 굳이 재홍콩한인회, 재니카라과한인회로 쓸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였다.
이 질의를 받고 전에 모 신문에 기고한 글이 떠올랐다. 필자는 세계한인민주회의 사무총장으로 일할 당시 한인회 앞에 재(在) 자가 꼭 있어야 하냐를 주제로 해서 모 신문에 기고한 적이 있다. 내용을 간추리면 이렇다. 2014년 11월 북경에서 열린 당시 재중국한국인회 모임에 참석하고 온 후에 쓴 글이다.
지난달 29일 중국 북경에서 열린 재중국한국인회 송년 행사 및 신·구 회장 이·취임식 참석을 계기로 한인회 명칭 앞에 붙는 ‘재(在)’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됐다.
재중국한국인회와 재북경한국인회, 그리고 미주한인총연합회와 뉴욕한인회를 비교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한인회는 ‘재(在)’ 자가 없고 중국 한국인회는 한인회 명칭 앞에 ‘재(在)’ 자를 붙이는 것인가?
2014년 세계한인회장대회 자료집을 찾아 현재 각 한인회의 명칭에 ‘재(在)’자 사용 여부를 확인해 봤다. 뉴욕한인회, 시카고한인회, 달라스한인회, 애틀랜타한인회, LA한인회 등 미국 각 지역 한인회 명칭에는 ‘재(在)’ 자를 사용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한인회, 크라이스트처지한인회, 퀸스타운한인회, 웰링턴한인회를 비롯해 호주의 빅토리아한인회, 시드니한인회, 캔버라한인회 등 대양주 20여개 가까운 한인회와 러시아CIS지역 10여개 한인회 중에도 한인회 명칭 앞에 ‘재(在)’자는 없었다.
아시아 지역 한인회 명칭은 어떤가? 재네팔한인회, 재라오스한인회, 재미얀마한인회, 재방글라데시한인회, 재인도한인회, 재캄보디아한인회, 재태국한인회, 재파키스탄한인회, 재인도네시아한인회가 한인회 명칭 앞에 ‘재(在)’ 자를 사용하고 있고, 말레이시아한인회, 몽골한인회, 하노이한인회, 싱가포르한인회, 필리핀한인총연합회, 홍콩한인회, 발리한인회는 ‘재(在)’ 자를 사용하지 않는다.
아프리카 중동지역 역시 아시아 지역과 마찬가지로 ‘재(在)’자 사용이 혼용되고 있다. 나이지리아한인회, 남아공한인회, 케이프타운한인회, 시리아한인회, 세네갈한인회, 알제리한인회, 앙골라한인회가 있는가 하면 재우간다한인회, 재이스라엘한인회, 재케냐한인회, 재탄자니아한인회, 재이집트한인회가 있다.
일본의 경우는 ‘재일동포’라는 단어가 익숙해져서인지 모르지만 모든 지역 단체 명칭에 재(在) 자가 들어있다. 대한민국민단 앞에 ‘재’ 자가 들어간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중앙본부, 재일본대한민국민단 도쿄현지방본부, 재일본대한체육회, 재일본한국인연합회, 재일본중부한국인연합회. 일본에서 유일하게 ‘재’ 자가 없는 단체명으로 ‘큐슈한국인연합회’가 있다. 큐슈한국인연합회 관계자들이 무슨 이유로 유일하게 재 자를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것인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유럽지역 각 나라 한인회의 연합체인 유럽한인총연합회도 재유럽한인총연합회로 명칭 앞에 ‘재’ 자가 붙여두고 있다. 그러나 나라별 한인회는 역시 혼용하고 있다. 재그리스한인회, 재노르웨이한인회가 있는가 하면 베를린한인회, 터키한인회, 스위스한인연합회가 있다. 재불한인회가 있고 체코한인회가 있다.
중남미지역도 브라질한인회, 베네수엘라한인회가 있고, 재아르헨티나한인회, 재파라과이한인회가 있다. 캐나다지역 10개 한인회는 모두 미국과 마찬가지로 ‘재’ 자가 없다. 밴쿠버한인회, 토론토한인회, 몬트리올한인회, 캐나다한인회총연합회 등과 같다.
한인회 명칭 앞에 재(在) 자가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뜻 차이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재’ 자의 유무가 한인회 명칭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 왜 이토록 전세계한인회 명칭에 ‘재’ 자가 혼용되고 있을까? 명확한 답은 아닐지라도 한자식 표기법에 익숙해진 것이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재미동포, 재일동포라는 오래되고 익숙해진 표기법에 근거한 지도 모른다.
다시 중국지역한인회 명칭을 보자. 광저우, 신천, 대련, 상주, 상해, 소주, 안휘성, 이우, 항주, 서안, 하남, 중경, 곤명, 덕주, 치박, 진황도, 무순. 신동성한인회는 ‘재’ 자가 없고, 재중국길림한인회, 재중국목단강한인회, 재중국선양한인회, 재중국연변한인회, 재중국하얼빈한인회, 재중안산한인회 등은 친절하게 ‘재’ 자를 사용하고 있다.
한인회 명칭 앞에 ‘재’ 자를 사용하는 것과 사용하지 않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옳고 틀리다고 단정적으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필자의 개인적 견해를 묻는다면 없어도 의미전달에 전혀 장애가 없는 ‘재’ 자는 없는 것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답하고 싶다. 재뉴욕한인회와 뉴욕한인회 중에서 어느 것을 택하고 싶냐고 물으면 ‘재’ 자가 없는 뉴욕한인회를 선택하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각 나라 한인회 명칭이 질서 있게 ‘재’ 자 사용 여부를 통일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당시 이 글을 기고하면서 말미에 “본 글에서 인용한 한인회 명칭은 ‘2014년 세계한인회장 대회’ 자료집을 참고했다”는 부연도 달았다.
그리고 7년이 지난 지금을 살펴보면 한인회의 지명 앞에 재 자를 붙이지 않는 데가 많아졌다. 당시의 재중국한국인회도 재 자를 떼고 지금은 중국한국인회로 쓰고 있다. 이 기고문이 영향을 미친 것인지, 아니면 재중국한인회 측도 그 문제를 오래 고민해온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